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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리 한담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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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월리 한담포구엔 시간이 멈췄다

제주시 애월항에서 서쪽으로 2km 정도 가다보면 해안에 인공적으로 돌담을 쌓은 듯한 흔적이 있는 조간대가 나온다. 조간대에 돌담을 쌓은 안쪽에는 돌들이 평평하게 깔려져 있다. '배무숭이' 소금밭이다. 사리때만 밀물이 들어오는 '배무숭이' 소금밭 중심에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물길과 바닷물을 가두어 놓는 물통이 있고 좌우에 소금밭 15여개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배무숭이'소금밭은 구들돌을 놓듯이 평평하게 다져놓고 그 위에 모래를 깔았다는 기록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모래에 바닷물을 여러 차례 부어 말리기를 며칠 동안 반복하면 모래에 소금꽃이 피었다. 이것을 옴폭하고 널찍한 돌 위에 얹어 놓아 짠물을 빼내고 허벅으로 짠물을 받아 집으로 가져가 가마솥에서 졸이면 소금이 만들어졌다. 짠물을 그대로 물소금으로 간장처럼 사용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금물을 가마솥에 끓여 소금을 만드는 제조방법을 '자염(煮鹽)' 이라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천일염이 보급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전통적인 소금 제조법이었다고 말했다.

▲멸치그물막 초가, (출처;한라일보)

하지만 소금이 귀하던 시절 척박한 환경을 원망하지 않고 어려운 여건을 감내하면서 소금을 생산했던 '배무숭이' 소금밭은 행정의 무관심과 해안개발에 밀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탐사대가 '배무숭이' 소금밭에서 조간대를 따라 서쪽으로 이동을 하자 한담에서 곽지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약 1.2km 의 한담산책로가 나 있었다. 한담산책로 입구에는 멸치그물막이를 보관했던 초가가 남아 있다. 그물로 동여매고도 모자라 밧줄로 단단히 붙들어 매어 놓은 멸치그물막 초가는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지난 1920년대 애월읍 초대면장을 지낸 김도연씨가 2채를 지어 멸치잡이를 위한 그물보관과 멸치잡이 일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하다가 1채는 허물어 버렸고 이후 다른 사람(김여관씨)에게 팔아 버렸고 현재는 약 100세 고령인 장모씨 소유로 돼 있는데 너무 연세가 많아 애월에 살고 있는 아들이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애월리 조하대를 뒤덮은 구멍갈파래 (출처;한라일보)

한담산책로 입구에는 꼬불꼬불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 곽지해수욕장까지는 기암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산책로 옆에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있어 있었다.

하지만 산책로의 이런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한담 조하대에는 갯녹음 현상이 심각하고 해양생태계 교란식물인 분홍멍게가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애월리 조하대는 구멍갈파래가 조간대와 조하대를 가득 뒤덥고 있었다.

'녹담거사 장한철 선생 표해기적비'가 세워진 한담공원에서 내려다보는 바다풍광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조선 제14대 왕인 선조가 여러 왕자들을 불러 모아놓고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라고 물었다. 그 물음에 광해군은 소금이라고 했다. 선조가 그 이유를 묻자 '모든 음식은 소금이 들어가야 맛이 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사실 소금은 짠 맛만을 내는 것이 아니라 모든 맛의 근원이며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다. 지금이야 소금이 흔하지만 소금이 귀한시절이 있었다. 조선시대 진휼기록을 보더라도, 삼재로 인해 제주지역에 기근이 들면 곡식과 함께 소금 보내줄 것을 긴급히 요청했다.

조선시대 현종 12년 제주목사 노정(盧錠)이 치계하기를, "본도(本島) 세 고을 민생의 일은 이미 극도에 이르렀습니다. 연해안 고을의 소금을 넉넉히 들여보내소서" 하니 조정에서 전라도에 있는 호조 소금 500석과 상평청(常平廳)·통영(統營) 및 양남(兩南)의 사복시 목장 등의 곡식 7000석을 획급(劃給)하여 전라 수영의 병선(兵船)으로 실어 보내게 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제주지역에는 갯벌이 많은 육지부와 달리 돌염전이 약간 있을 뿐 천연염전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제주 선인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소금을 생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애월리 '배무숭이' 바닷가에 있는 소금밭도 그러한 삶의 애환이 남아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여기에 담긴가치를 주목하지 못해 염전은 무관심속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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