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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그 진실을 찾아서'

4‧3 진실규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어려움 풀어내

기자명
▲ 4‧3평화교육위원회 양조훈 위원장

요즘은 4‧3에 대하여 누구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가 있다. 그러나 4‧3사건이 신상의 위험을 각오하지 않고는 입 밖에 내거나 글자로 적을 수 없는 금기의 숫자였던 시절이 있었다.

이 책은 그런 시절, 첩첩이 놓인 금기의 벽들을 어떻게 한 고비씩 부수며 넘어왔던가를 증언하고 있다. 그래서 책이름이 『4‧3 그 진실을 찾아서』이다.

저자는 4‧3평화교육위원회 양조훈 위원장(전 제주도 환경부지사)이다. 1988년 제주신문 4‧3취재반장을 맡으면서 운명적으로 4‧3과 조우한 그는 제민일보 4‧3취재반장과 편집국장, 4‧3특별법쟁취연대회의 대표, 4‧3중앙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등을 맡아 정부의 4‧3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을 주도했고, 공권력의 잘못을 밝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의 사과를 이끌어내는 데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이러한 이력에서 보듯, 저자는 4‧3의 진실 규명사를 위한 독보적인 집필자이다.

이 책은 1부 억압 속의 진실규명, 2부 가열된 4‧3특별법 쟁취운동, 3부 4‧3, 이념누명을 벗다, 4부 보수진영의 끈질긴 훼방, 5부 역사화 작업과 화해의 길, 6부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 총 6부로 구성됐다.

『4‧3 그 진실을 찾아서』는, 국가권력에 의해 어둠 속에 갇혔던 4‧3이 어떤 과정을 거쳐 빛 속으로 걸어 나오게 됐는가를, 그 고비마다의 히스토리와 비하인드 스토리를 때로는 생중계하듯 박력 있게, 때로는 정담을 나누듯 조곤조곤 들려주고 있다. 저자가 몸소 그 현장 중심에서 행동했던 주체요 증인인 까닭에 비로소 가능한 서술이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4‧3 진실규명이 오늘에 이르기까지 고비마다 겪어야 했던 어려움과 그것을 풀어낸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그 매듭들 중의 어느 하나도 쉽게 풀린 것이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래서 “4‧3의 진실규명은 매번 기적이나 다름이 없었다”면서 거기에 얽힌 사연들을 하나하나 밝히고 있다. 예컨대, 하마터면 정부의 4‧3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올 수 없을 뻔 했던 일, 이명박 대통령이 4‧3위령제 참석을 결정했다가 철회한 일, 총리와 장관까지 나서서 평화기념관 개관을 막으려고 했던 일, 유족회와 경우회의 역사적 화해 과정 등 숱한 숨은 일화들이 소개되고 있다.

저자의 그런 서술적 장점으로 인해 『4‧3 그 진실을 찾아서』는 역사적 사실에 엄밀하면서도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힌다. 소설 「순이삼촌」의 작가 현기영 씨의 서평이 그 점을 부각하고 있다. “양조훈은 4‧3 비밀 캐기의 키워드가 되어 있는 이름이며, 이 책에서 들려주는 4‧3 비밀 캐기의 숨은 이야기는 좋은 소설을 읽는 것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주4‧3은 이제 두 가지의 역사를 갖는다”고 밝히고, 하나는 저항과 수난의 4‧3 역사 그 자체요, 다른 하나는 국가권력에 의해 가려졌던 4‧3의 진실을 파헤쳐 오늘의 평화 인권 화해 상생의 이정표로 거듭난 진실규명사가 또 하나의 역사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바로 후자인 진실규명운동사를 현장에서 중계하듯 정리한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6부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한때 절대적 가치로 여겼던 이념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제주사람들은 4‧3을 안다고 하지만 실제로 그 진실을 잘 모르고 있다. 4‧3은 냉전과 분단과 연계된 세계사적인 사건이라는 등의 주장을 작심한 듯 펼치고 있다. 획기적인 주장들이고 그런 만큼 주목받을 필요가 있는 주장들이다.


<김재흡 기자/저작권자(c)삼다신문/무단전재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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