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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2013년 소장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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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情)을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면 ‘사람에게 느끼어 일어나는 생각이나 마음’ 또는 ‘사랑을 느끼는 마음’이다. ‘정이 들다가 정 떨어지다’는 서로 대비되는 말이고, ‘고향의 정, 어머니의 정’이라는 말은 왠지 따뜻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정’은 대상이 있어야 일어나는 감정이다. 엄마가 아기를 보듯, 나그네가 고향을 생각하듯, 연인이 애인을 보듯 하는 정감은 대상과 교호에 의해서 일어나거나 혹은 일방적으로 한 대상을 위해서도 일어나는 감정이다.

정은 감정의 한 요소이다. 이 감정은 정신분석학에서는 정동(情動)이라고 하는데, 이 정동은 다른 정신 운동을 방해할 만큼 강한 감정을 말한다. 즉 사람은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지배할 수 있지만, 정동은 인간의 의지와는 달리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지도 않게 우발적으로 일어나는 감정이 이에 해당한다.

인간의 감정은 매우 복잡하다. 정신과 육체로 이루어진 인간의 본질은 육체와 정신이 공존할 때에만 비로소 인간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정신은 육체라는 그릇이 있을 때에만 담길 수 있는 물과 같다.

그러나 그 물에는 수많은 욕망이 떠 있으며, 그 욕망들은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계절이 가고 오고, 다시 시작되는 자연의 순환은 한 해를 거듭할수록 달라지는 인간의 신체나 정신적 상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인간이 통제하는 감정은 무수히 많다. 감정이 일어나도 참아야 하고, 감정이 없어도 표현해야 하는 것은 사회적 제도 속에서 흔하게 보는 인간의 여러 가지 행동이다.

무엇인가 대상을 바라볼 때 느끼는 좋은 감정은 미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미적인 감정은 즐거운 감정으로서는 쾌(快)가 있다. 예술작품에는 이 미적인 감정, 기분 좋은 감정이 있는 반면 불쾌한 감정 또한 미적인 요소로 등장하기도 한다. 미적인 감정으로는 우아미, 숭고미, 장엄미 등이 있고 불쾌의 감정은 공포, 불안, 더러움, 괴상함 등의 주제로 나타난다.

사람들은 불쾌함보다는 즐거움을 좋아한다. 불쾌한 주제들은 어둡고 무겁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요소보다는 희극과 우아함과 탐미적인 요소가 더욱 대중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생로병사(生老病死)와 관련하여 늘 희노애락(喜怒哀樂)의 파도가 일기 때문에 감정을 쉽게 버릴 수도 넘어설 수도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간의 숙명이라고 할 수 있는 그 파도를 넘기 위해 불가(佛家)에서처럼 인과 관계를 중시 여겨 무욕(無慾)에 이르고자 하거나, 유가(儒家)에서처럼 예를 통해 현실을 중시여기거나, 기독교처럼 존재 자체를 절대자에 의지하기도 한다.

예술작품이 위대한 것은 인간의 삶에 필요한 정서적 힘을 키워주는 매개체가 됨으로써 인간의 정신을 풍요롭게 하며 사랑의 정서를 함양시켜주는 데 있다.

 

이번 전시는 ‘정(情)’의 의미를 ‘사랑을 느끼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접근하였다. 이중섭미술관 소장 작품 중에서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이하여 따뜻한 마음, 행복한 감정을 가슴에 채워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의 특별한 의미는 바로 ‘사랑을 느끼는 마음’을 중요시 여기는 데에 있다. 봄은 언제나 남으로부터 오고, 서로의 가슴으로 이어진다. 다시 오는 봄의 길목에서 정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정을 채워주고, 정이 많은 사람은 그 정을 세상에 다시 베풀어야 한다는 인생의 평범한 진리를 예술작품 감상을 통해서 되새겨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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