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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속의 태풍, 마음속의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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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를 쓰려고 보도자료를 검색하던 중 마음이 따뜻해지는 자료를 발견했다. 좋은 소식을 빨리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9월 9일 오후15:30 재난종합상황실에서 도지사 주재로 도 전 실ㆍ국ㆍ본부장, 관계 사업소장, 행정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북상중인 제14호 태풍『꿀랍』에 대한 대응대책을 보고받고 피해 최소화를 위한 관계관 연석회의를 실시했다."라는 원고를 쓰면서 태풍을 대비하여 철저한 준비를 하고 만전을 기하겠다는 제주 최고 지도자의 마음이 다가오면서 우지사에 대한 존경과 감동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마음으로 사진을 보았을 때,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엄습해 왔다. 사진 속에 보이는 멋진 현수막이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한 것이다. 그 사진을 보면서 제주도지사가 참석하는 회의는 항상 화려하고 멋진 현수막을 걸고 하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다.

기자 이전에 제주도 도민의 입장에서 말한다. ‘현수막도 도민의 세금으로...’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기자회견도 아니고 제주도 도청 내부 회의에 꼭 현수막을 걸어야 했을까? 과거에 늘 해왔던 것이므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라 말한다면 더 할 말은 없다.

행정은 진실하고 정직해야 사람을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에 지나친 멋이 들어가면 오히려 전시 행정이라는 역효과를 가져와 행정의 가장 큰 무기인 ‘신뢰’를 잃게 된다. 화려한 행정으로 백성의 마음을 얻으려 했다면 큰 실망이다.

이 글을 쓰면서 또 하나의 걱정이 밀려왔다. ‘위정자 주위에 진실한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닐까? 혹시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화려한 행정으로 지도자의 눈을 어둡게 하지는 않았을까?’라는 미련한 생각이 든 것이다. 그 다음에 떠오른 생각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사진 한 장이 나의 마음을 감동으로 뭉클 하게도 만들었고, 우려와 걱정 때문에 나를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꿀랍의 위력에 비하면 마음속의 폭풍은 작은 찻잔 속의 요동일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필자는 사진과 글을 다루는 기자로서 더 좋은 사진과 글을 만들어야 한다는 큰 사명감을 가지게 된 것으로 오늘 최고의 위안을 삼았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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