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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주년 제주4‧3 추념식 인사말씀
김재흡 기자  |  9090ch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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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03  13:4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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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생존희생자, 유족 여러분,

존경하는 제주도민과 국민 여러분,

 

오늘은 제주도의 가장 큰 아픔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극인 제주 4·3이 일어난 지 73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삼가 4·3영령들께 머리 숙여 애도를 표합니다.

 

통한의 세월을 견뎌 오신 생존 희생자와 유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가 유지되면서 올해 추념식도 축소해서 봉행하고 있지만, 4·3영령을 기리는 우리의 마음은 매우 각별합니다.

 

73년 전 무명의 넋으로 진 제주의 동백꽃은 오랜 세월 봄을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냉전과 분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수없이 많은 무고한 도민들은 꽃송이 채로 뚝 떨어지는 붉은 동백꽃처럼 소리없이 스러져갔습니다.

억울한 옥살이로 인한 아물지 않은 상처, 생사를 모르는 부모·형제에 대한 기약 없는 기다림은 살아남은 자에게 한으로 맺혔습니다.

 

광풍은 지나갔지만, 4·3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연좌제와 사회의 낙인으로 제주는 오랜 세월 봄을 잃었습니다.

어둠 속에 묻혀야 했던 4·3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려는 많은 분의 용기와 헌신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도민들은 질곡의 역사가 잉태한 대립과 갈등을 화해와 상생으로 녹이며, 공동체를 다시 세우고 평화를 일궈냈습니다.

진실을 향한 목소리는 울림이 되어 대한민국을 깨웠고, 당당한 역사로 온 국민의 가슴에 자리 잡았습니다.

 

4·3수형인들은 죽어서도, 살아서도 옭아매는 전과자라는 멍에를 벗었고, 연대와 화합의 힘으로 21년 만에 4·3특별법이 전부 개정됐습니다.

국가가 잘못된 공권력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과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습니다. 추가 진상 조사를 통해 4·3의 역사적 진실을 규명할 수 있게 됐습니다.

4·3 해결을 향한 동력을 잃지 않고,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생존희생자와 유족의 목소리가 반영되어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적 진실을 영원히 기억하는 진정한 과거사 청산의 모범을 만들어가겠습니다.

 

3년 만에 4·3희생자의 유해가 발굴됐습니다.

4·3영령의 명복을 빌며, 하루라도 빨리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새로운 시작점에 선 4·3이 완전한 해결을 이룰 수 있도록 온 국민의 뜻과 힘을 모아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오랜 세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붉은 꽃망울을 피웠습니다.

 

73년이 지난 제주의 4월은 어느 때보다 치유와 희망의 기운이 넘칩니다.

따뜻한 봄기운이 드리우는 오늘,

4·3추념식에 함께 해 주시고, 추모의 마음을 모아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4·3영령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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