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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기름 유출, 박테리아·심해담치로 잡는다?!임무 끝나면 냄비로
문현식  |  hjournalist@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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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05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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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를 기름띠로 뒤덮은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 유출 사고가 발생합니다. 7만8918배럴의 원유가 유출되면서 인근 어패류가 대거 폐사했고 타르 찌꺼기가 전라북도 앞바다까지 뒤덮었습니다. 새까만 기름을 뒤집어쓰고 있던 새, 이웃님들도 기억하시지요?

 

태안 신두리 바닷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 출처: 환경운동연합
태안 신두리 바닷가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뿔논병아리. 출처: 환경운동연합

요즘은 대규모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10년 만에 인근 생태계가 상당 부분 회복됐습니다. 이렇게 생태계가 되살아난 데는 수면 위에서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수면 아래에서 해저 생물들도 기름을 치우기 위해서 '열일' 한 것 같습니다.

 

과학자들이 기름을 분해하는 해저 생물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미국 남부 해저 화산은 지하층에 누적된 타르를 뿜어냅니다. 그런데 이 해저 화산이 뿜어내는 타르 속에서 번성하는 해저 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해양과학자들이 확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연구진이 발견한 심해담치 세포. 세포 안에 박테리아(빨간색)가 보인다. 출처: 네이처.
연구진이 발견한 심해담치 세포. 세포 안에 박테리아(빨간색)가 보인다. 출처: 네이처

원래 심해담치(Bathymodiolus mussel)는 기름에서 자라는 생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미국 남부 해저 화산에서 발견한 심해담치는 달랐습니다. 이들은 박테리아와 공생하면서 기름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원래 기름에는 생명체에 독성으로 작용하는 탄화수소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생물체는 독성이 들어오면 이를 분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제가 있죠. 기름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름을 분해한다는 것은 이 탄화수소의 화학적 연결고리를 끊어낸다는 말입니다. 생물체가 화학적 연결고리를 끊어내는 과정은 매우 큰 에너지를 필요로 할 뿐만 아니라 생명체에 유해하게 작용합니다. 적정량 이상의 기름을 분해하면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기름 위에서 산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연구진이 발견한 심해담치는 달랐습니다. 심해담치는 박테리아와 공생하고 있었는데, 이 박테리아는 기름의 특정 분자구조를 분해하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이렇게 분자구조를 분해해서 나오는 부산물은 심해담치의 먹이가 됩니다. 결국 심해담치는 박테리아의 거처를 제공하고 다른 생물의 위험으로부터 박테리아를 보호하면서 기름 속에서도 먹이를 얻어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미국 남부 해저 화산에서 로봇으로 심해담치를 채집하는 연구진. 출처: 네이처.
미국 남부 해저 화산에서 로봇으로 심해담치를 채집하는 연구진. 출처: 네이처

심해담치는 또 박테리아에게 음식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박테리아는 특정 분자구조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양분을 얻게 되는데요. 심해담치가 기름으로 오염된 바닷물을 지속적으로 박테리아에게 공급해 줍니다. 덕분에 박테리아도 가만히 앉아서 안정적으로 먹을 걸 찾을 수 있는 거죠. 나름대로 박테리아들끼리 먹을 걸 찾아 서로 경쟁을 하는데, 심해담치 덕분에 이 박테리아들은 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거든요. 심해담치와 박테리아는 정말 천생연분인가 봅니다.

 

이들의 공생 관계가 주목을 받는 건 이들의 구조를 파악하면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건처럼 종종 기름이 유출됐을 때 해결 방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이들이 어떠한 대사작용을 거쳐 기름을 분해하는지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Maxim Rubin-Blum et al. Short-chain alkanes fuel mussel and sponge Cycloclasticus symbionts from deep-sea gas and oil seeps. Nature Microbi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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