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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유일 인문학 출판사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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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제주 유일 인문학 출판사의 고민’이라는 기사를 읽게 되었다. 그 출판사에서 후원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관련 출판사는 1999년부터 제주학 관련 인문학도서를 만들어 온 15년 전통의 출판사이다. 도서관에서 일을 하는 동안 매일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출판물들 사이에서 가끔씩 제주 지역에서 출판된 책들을 만날 때마다 반갑고 감사한 마음이 들곤 했었다. 독서 인구가 줄어들고 ‘내 손안의 스마트 폰’에 밀리고 대형출판사들마저 위기상황에 내몰리는 현실에서 소규모의 지역출판사들은 바람 속의 촛불처럼 위태로워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출판을 위해...라는 고민 끝에 나온 바람’이라고 한다. 책에 대한 요즘의 현실을 보는 듯해서 안타까웠다.

책과 도서관 관련한 기사나 통계가 나올 때마다 어떤 위기 의식을 느끼게 되는 것은 단지 사서라는 직업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도서관협회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문화서비스 지출율이 11% 늘어났지만 이중 도서구입비에 대한 지출율은 6.1% 감소하였다고 한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구입비 세제 감면방안에 대해 국민여론 수렴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011년 제주의 초중고 학생들의 1인당 도서구입비가 16,357원으로 전국 평균 16,844원을 약간 웃돌 정도였다. 물론 디지털 매체의 증가로 인한 도서구입비의 감소가 생겼을지라도 출판업계의 힘든 상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회자되고 있다.

2006년 서귀포에 작은 출판사가 생겼다. 그리고 그 출판사에서 ‘제주이야기’ 그림책 시리즈를 지난 12월에 출간했다. 서귀포 남원에 정착을 하여 13년이란 시간을 보낸 한 부부가 출판사를 만들고 그림책을 출판하고 있는데. 장수명 동화작가와 김품창 화백이 그들이다. 이번에 발간 된 그림책들은 제주인들의 지혜로운 삶의 모습과 서귀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출판업계의 상황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용감하게 홀로서기를 하는 출판사들이 있다. 그들은 왜 이런 어려움을 견디는 모험(?)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제주 역사와 문화를 변방(邊方)의 객관적인 시각이 아닌, 주체자(主體者로)서의 제주사람 이야기를 전하고자 하는 책임감 때문 일 것이다. 제주의 속살을 가감없이 펼쳐 보이고 아픈 곳을 긁어주는 사회적 책임감이라고 하면 너무 지나친 표현일까? 그렇다면 이렇게 펼쳐놓은 멍석 위에서 춤을 춰야 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 수업시간에 그림책 ‘똥돼지’를 읽어주니 아이들은 재미있다고 난리다. 더럽다고 손사래를 치는 아이들에게 우리 제주 어른들이 척박한 땅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설명을 덧붙이니 고개를 끄덕인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주최의 ‘도서관과 함께 책 읽기’ 공모사업에 선정된 이유로 이제 곧 15명의 아이들에게 ‘똥돼지’와 ‘노리의 여행’ 책이 선물로 주어질 것이다. 그리고 작은 위안을 삼아본다. 제주의 이야기를 쓰는 작가, 그것을 만들어내는 출판사, 그 책을 읽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의 독특한 문화는 전해질 것이고 주체자로서의 제주역사는 올바르게 전해져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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